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액트 오브 킬링

역사를 아는 한국인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한국 현대사가 겹쳐보이는 일은 이상하지 않겠지.

학살자를 꼬드겨서 자기들 학살의 기록을 영화로 남기자고 설득하는 제작진도 참 대단하다... 뭘 어떻게 얘기하면 가해자한테 이런 영화를 찍자고 설득할 수 있지? 거기에 설득되서 직접 연기하는 가해자도 가해자지만... 이런 영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아마.

인도네시아에서의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다. 공식적으로 이 영화를 인도네시아에서 볼 수 있나? 영화 중간에 나오는 국영방송 토크쇼 프로그램이 진짜라면 이 영화는 거의 나라 차원으로 인도네시아를 물먹인건데...

관계없지만 극중극이라는 구조를 보니 문득 예전에 읽었던 '탐정영화'라는 추리소설이 생각났다. 관계없지만...

말하자면 영화 자체가 사기로 이루어진 작품인데, 이런 제작, 취재방식이 과연 괜찮나 어떤가도 논란이 될 것 같다. 취재라면 취재윤리라는 게 존재하지 않나? 이런 방식은 윤리적으로 용납되나?

하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영화라고 해도 그 내용은 그것만으로 버리기엔 아까운 가치가 있다. 사기로 된 영화지만 그 내용은 사기 피해자들의 진솔한 심경을 담고 있달까...

가해자가 자신들이 과거에 한 소행을 연기하는 장면은 마치 사이코드라마같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과거의 만행을 재연하지만 자신들이 연기한 씬을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새삼스레 얼굴이 굳어진다. 그후로 연기 내내 표정이 편치 않다가 자신들에게 죽었던 피해자의 연기를 하면서 피해자의 감정에 처음 공감하게 된 건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늦었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깨닫고 뉘우치게 된걸까?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잔인한 짓을 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자기합리화를 한다.
하지만 늦게라도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직면한 경험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해자 자신에게도. 그 변화를 지켜본 관객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