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과학의 변경 지대(마이클 셔머, 2001)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복제를 허용한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면 어떨까? 사회적 실험을 수행하고 데이터를 분석하자. 이렇게 해도 인간성은 사악함에 빠지지 않는다는 주장을 귀무가설로 놓고 검증해 보는 것이다. 복제 반대자들은 실험에 의해 귀무가설이 기각될 것이라고 말한다. 복제 찬성자들은 귀무가설이 검증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과 의사과학의 변경 지대에서 어떤 주장이 어떤 퍼지 집합에 들어가는지 결정하는 최상의 방법은 직접 실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실험을 하지 않는가? 공포감만 조성하는 도덕론자들의 시나리오가 이미 법에 의해 강제되고 있다. 복제 인간도 쌍둥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인간이므로, 장기를 적출할 수 없다. 복제 인간도 보통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인간인 것이다. 유전체가 완전히 동일하다고 해도,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이력이 같아야 동일한 개성이 보장된다. 금지한다고 해도 복제는 실현될 것이다. 그런데 왜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구하도록 두지 않는가? 그들이 신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과학자의 역할을 하도록 말이다." (113쪽, 3장 '신만이 할 수 있다')

그야 일어나면 이미 늦었으니까 그렇지...
저자가 생명 복제 연구에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렇더라도 이 문단은 너무 멀리 나갔다고 생각한다.
"10만 가지 원자로 설계에서 100가지의 튼튼하고, 경제적이고, 안전한 설계가 나올 때까지 우리가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 (73쪽, 1장 지식 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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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죽은 뒤에 알려진 것들은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우리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한편으로 과거에서 교훈을 모아 어떤 아이디어가 막다른 골목이었고 어떤 아이디어가 현대적 세계관을 낳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잊었던 것을 다시 떠올려 옛사람들의 생각과 비교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역사에서 재미뿐만 아니라 유용한 것까지 얻을 수 있다." (243쪽, 8장 '영성주의자들 사이의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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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가짜 영웅이고 다윈이 진짜 영웅인 건 다윈의 업적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프로이트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지 성격적으로 프로이트가 자뻑에 차 있었고 다윈이 겸손했기 때문은 아니지 않나...
아, 저자가 말하는 '신중함'이란 요소를 생각하면 일리가 좀 있을지도.
그런데 그럼 자뻑이나 제 잘난 멋에 행동하는 위대한 과학자는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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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에서 세이건의 과학적 생산성을 평가할 때, 질적으로 다른 과학자들과 비교한다고 하면서 왜 5장에서 굴드의 단속평형을 평가했던 것처럼 SCI나 논문 피인용 횟수를 얘기하지 않았을까? 물론 사이언스와 네이처야 모두 높게 쳐주는 저널이기야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SCI나 논문 피인용 횟수 등으로 평가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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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은 신화 속에서만 존재한다. 인간은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인류는 다른 생물이 생존을 위해 하는 일을 할 뿐이다. 그러나 인류가 하는 일은 약간 꼬여 있다. 인류는 자연선택에 의해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니라 인간의 선택에 의해 환경을 만들어간다.' 인류는 이미 수백만 년 동안 이 일을 해왔으며, 그 해결책은 적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과학과 기술을 동원하여 최상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328쪽, 11장 '아름다운 사람들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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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뉴턴, 다윈, 모차르트는 천재다. 하지만 그들이 보통 사람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보통 사람이 가진 것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는가? 역사와 인지과학의 증거가 모두 후자를 지지한다. 다시 말해 천재들은 범재들이 가진 능력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그가 속한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이 능력을 잘 펼쳐 보여 주위의 감탄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천재의 정의는 '개인의 능력에 양적인 차이가 워낙 커서 질적으로 달라 보이는 사람이다.'" (350쪽, 12장 '아마데우스 신화')

그렇다고 니가 노력하면 꼭 천재가 될 수 있을 거란 건 아닙니다. 뭐 더 좋아지긴 하겠죠.

"한 개인의 한계에 도달하는 것과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개인적 한계가 인류 전체의 한계와 같은 사람은 아주 드물며, 인류 전체의 한계에 도달하는 사람들이 바로 천재이다." (359쪽,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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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과학과 비과학(사이비 과학?)이라는 일반적인 구분 사이에 변경 지대 과학이라는 것을 설정합니다. 딱 1과 0이 아니라, 과학적 타당성을 비율로 설정해서 그 사이의 다양한 구간에 위치시키는 것이죠. 지금 과학으로 확실히 분류되어 있는 것도 옛날에는 비과학이나 변경 지대 과학이었던 것들이 많고, 반대로 옛날에 과학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비과학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변경 지대 과학인 것들은 계속적인 연구를 통해서 미래에는 과학으로 진입하거나 비과학으로 밝혀지거나 하겠죠.

변경 지대 과학과 비과학을 나누는 뚜렷한 기준보다, 이 과학을 수행하는 과학자를 봅시다. 저자는 성격 검사를 통해 과거에 패러다임 전환(비과학, 변경 지대 과학에서 과학의 지위로 올라감)을 이끈 과학자들의 성격을 조사하고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과학자들은 공통적으로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가 옳지는 않기 때문에, 개방성과 동시에 잘못된 아이디어는 솎아내는 '신중함'과 '주의깊음'도 필요합니다. 다윈과 함께 진화론의 공동 발견자였던 월리스는 개방성이 높았지만 순응성(동의를 잘함)도 높았고 신중함이 다소 낮았습니다. 그는 당시로서는 이단적인 이론이었던 진화론을 제창했지만 후기에는 역시 이단적이라 할 수 있는 영성주의에 몰두하기도 했습니다.

다윈이 대단하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았고 이 책을 보고 새삼 실감했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월리스에게 더 호감이 가네요. 월리스가 영성주의에 빠진 건 그가 신앙심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하게 과학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영이나 괴기현상 또한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믿었고, 영성주의를 과학적으로 탐구했던 것이었죠.

설명 못하는 것으로 내버려두거나 사기나 착각이라고 단정짓는 것보단 어떻게든 합리적으로 설명해보려는 자세는 호감이 갑니다. 굴드도 종전에는 미싱 링크를 화석 기록이 부족한 탓으로 돌렸던 것을 단속 평형 이론을 제창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이론의 필연적인 증거로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새로운 이론은 기존 이론을 포함해서 더 많은 사실들을 설명할 수 있어야 겠지요. 비록 영성주의는 지금 와서는 변경도 아니고 비과학으로 굴러떨어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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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디어가 옳다고 해도  끈질긴 사색과 연구를 통해서만 채택되고 유용해진다. 이것이 옳지 않거나 세계에 적절하게 소개되지 않으면 이것은 거부되어 잊혀진다.' (403쪽, 13장 신사적인 배려. 월리스의 말)

지금 우리가 생각하기에 지동설과 진화론이 맞는 것 처럼 보이고 왜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지 이상하게 생각되어도, 과거를 돌아보면 그 전까지 이들 이론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유와 그 시기에 그 이론이 나오게 된 기반, 그 이후에 이론이 받아들여진 이유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옳다고 다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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