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말대로 이 책은 일종의 기행문이다. 잠입취재한 르포르타주라기에는 글쓴이의 주관이 너무 깊게 배어있다. 남자들의 세계를 파고들었다고 하기에는 실제 체험한 부분이 협소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주관이 배어있다고 객관적인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감정이 깊게 배어있기 때문에야말로 인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또한 작가는 자신이 느낀 심리에 대해서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레즈비언이고, 평소에는 '남자같은 여자'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여자들보다 이런 프로젝트를 하기에 더 적합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저자도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에는 정체성 충돌로 인한 신경쇠약 때문에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기행문이라고 했지만 동물원의 사파리처럼 창문 너머로 관찰한 것은 아니고, 저자 자신도 그런 위험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나니 이 책에서 드러나는 남성의 심리와 저자의 깨달음이 나에게도 좀 더 깊숙히 와닿았다.
벌써 절판되었다는게 아쉽다. 도서관에서 빌려봤지만 책이 좋아서 살려고 했는데.
구할려면 중고도서인가...
p.312
"맞는 말이다. 남성이 치유되면 여성에게 이득이 있다. 그러려면 여성들이 남성 역시 가부장제의 희생자임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겠지만. 그뿐 아니라 (인정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가부장제도에서 여성들이 공동결정자였음을 인정해야 될 것이다. 때로 우리가 남성들이 그 역할을 맡아 지속하게 만들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는, 제도를 만든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말이다. 또 나쁘게 보면 진짜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폴의 관점으로 보면, 남녀 모두 '제도가 나쁘다'는 점에 동의해야 한다."
p. 313
"...남성들이 백악관 잔디밭에 모여 공개서상에서 울 권리나 잃어버린 아버지의 사랑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것들은 심리치료를 받아서 해결할 문제들처럼 보인다. 사적인 문제들이므로.
하지만 남성들의 사생활은 우리의 사생활이기도 하다. 그 점에 대해서는 폴의 의견이 옳다. 페미니스트든 아니든 그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여전히 권력을 가졌다면, 그들의 우울을 치유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또 그들이 권력을 가지지 않았다 해도, 우리 가족의 일원이고 여전히 후손을 낳는 데 절반의 역할을 한다. 남자가 없으면 우리는 삶이나 변화는 고사하고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듯, 그것은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일이다."
"...하지만 진짜 고통은 남장을 한 나를 세상이 맞이해준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네드가 만난 남성 친구들도 나처럼 고통을 느꼈다. 내 변장이 허위였던 것처럼, 그들의 겉모습도 허위였다. 그것이 내 모험의 마지막 반전이었다. 내가 남자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내 '가면'이 진짜 같아서가 아니라, 남자 세계가 가면무도회였기 때문이었다. 남성 모임에 가서야 이런 가면들이 벗겨지고 점검되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나만 변장한 게 아니라, 거기 모인 모든 남자가 변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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