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31일 수요일
주홍색 연구
반 다인의 20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추리소설 작가인 반 다인이 발표한 '미스터리를 쓸 때 지켜야 하는 사항'을 다룬 10가지 규칙입니다. 유사한 걸로 녹스의 10계란 것도 있지요.
둘 다 추리소설의 어떤 절대적인 철칙은 아닙니다. 특히 녹스의 10계는 짧아서 대략 넘어간다 치더라도, 반 다인의 20칙은 발표자의 개인적인 취향이 좀 많이 들어갔죠. 당장 20칙 1번부터 서술트릭을 디스하는 패기...
하지만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추리소설이 아닌' 어떤 절대적인 법칙이 아니라, 추리소설의 분류에 쓸 수 있는 한가지 기준으로 삼는다면 유용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칙 1번으로 서술트릭을 사용하는 작품과 사용하지 않는 작품으로 나눌 수 있겠죠.
20칙으로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작품인 '주홍색 연구'를 한번 체크해 보았습니다.
기준을 지키면 O, 어기면 X. 네타바레 위험이 있어서 답은 가립니다.
*
1. 수수께끼를 해결함에서 독자는 작중의 탐정과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모든 단서는 명확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X]
2. 작중의 범인이 탐정에 대해서 적당히 행하는 속임수나 술책이 아니고 독자를 속이는 기술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O]
3. 이야기 중에 연애적인 흥미를 건드려서는 안된다. [X]
4. 탐정 자신 또는 수사당국의 직원 중 한 사람이 범인이라고 결말을 지어서는 안된다. [O]
5. 범인은 이론적 추리를 통해서 판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우연, 암호, 이유 없는 자백 등에 의한 결정은 안 된다. [O]
6. 반드시 탐정이 등장해야 한다. [O]
7. 추리소설에는 반드시 시체가 있어야 한다. [O]
8. 범죄의 수수께끼는 엄격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풀어져야 한다. 범죄를 해결하기 위하여 점을 친다든가 심령술, 최면술 등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O]
9. 탐정소설 중의 탐정, 즉 추리의 주역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O]
10. 범인은 소설 중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X]
11. 작가는 심부름이나 하는 하인을 범인으로 해서는 안된다. [X]
12. 범죄가 있든 없든 범인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O]
13. 비밀결사, 카모라당, 마피아당 등을 탐정소설에 등장시켜서는 안된다. [O]
14. 살인방법과 이에 대한 수사방법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O]
15. 사건의 진상은 통찰력 있는 독자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것이 되어야 한다.
환언하면 사건의 종말을 알고 다음에 다시 읽어본다면 모든 단서는 분명히 제시되었고 모든 증거는 범인을 향하고 있음을 알게되어 충분한 납득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탐정과 같은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독자라면 최종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수께끼를 혼자서 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혼자서 풀어보는 독자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X]
16. 추리소설에는 장황한 서술적 묘사, 지엽적인 일에 관한 문학적인 설명, 정교한 성격분석, 분위기에 대한 도취 등을 해서는 안된다. [X]
17. 탐정소설에서는 직업적 범죄자가 범인인 것은 좋지 않다. [O]
18. 사고 또는 자살이었다고 결말을 지어서는 안된다. [O]
19.탐정소설에서 살인의 동기는 모두가 개인적인 것이라야 한다. [O]
20.이건 항목이 너무 많지만(...) [O]
생각보다 많이 어겼군요...;; 아니, 적은 건가?
*
주홍색 연구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홈즈와 왓슨이 처음 같이 살게되고 첫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그렇게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서로간에 경어를 쓰지요. '홈즈 씨'라던가 '(왓슨)박사'라던가...
설정상 주홍색 연구의 몇 달 뒤인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허물없는 말투지만요ㅋ
(근데 원문은 경어가 없는 영어일텐데... 번역자의 재치인가!)
홈즈도 재미있는 캐릭터였습니다. 탐정업에 대해서는 항상 자신만만하고, 왓슨이 추리능력에 감탄하고 칭찬해주면 별거 아닌 것처럼 굴면서도 좋아하고, 경찰들 앞에서 자기 추리가 빗나갈 (뻔) 하니까 멘붕도 좀 해주고ㅋㅋ
물론 홈즈가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죠.
탄생한지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추리소설계에서 그만한 캐릭터는 나오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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